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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현대 패션의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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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상에게 2010. 10. 27.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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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현대 패션 역사에서"

강남은 종로·명동과 함께 절대적인 위치를 점하고 있다. 1950년대의 종로가 서구식 의복 스타일의 유행을 알렸다면, 1960년대의 명동은 패션 디자이너를 주축으로 한 고급 맞춤복 시대를 열었다. 종로와 명동을 중심으로 한 패션은 70년대 말까지 지속되지만, 1980년대 이후부터는 양상이 크게 달라진다. 교복 자율화와 88 올림픽의 영향으로 스포츠 의류 브랜드가 급부상하기 시작했고, 대기업이 패션 사업에 뛰어들면서 기성복이 유행을 주도하게 된 것. 그리고―

강남 패션
   교복 자율화를 경험했던 80년대의 청소년들이 성인이 된 90년대 이후
   등장하기 시작했던,
그 유명한 '압구정동 오렌지족'은 <강남 패션의 태동>을 알린 주역이었다.
일명 강남 2세(강남으로 이주한 부모의 자녀들)라고도 불렸던 이들은
'부모 세대의 막강한 자본력, 해외 유학 경험, 교복 자율화 덕에 일찌감치 익힌 패션 감각' 등을 바탕으로 강남 패션을 이끌었다.

또한 국내에 알려지지 않은 해외 명품 의류와 각종 액세서리를 가장 먼저 선보이는 등 기성 세대는 물론이고 타 지역과도 차별되는 자신들만의 패션문화를 형성하기 시작한다. 차별성이 곧 정체성이라는 신념을 지녔던 이들은 직접 패션 사업에 뛰어들어 매장을 오픈하기도 했으며, 희소성이 존재의 이유라는 가치관에 따라 값비싼 사치품 구입도 마다하지 않았다.

화려함과 과감함. 그리고 희소성이라는 스타일 3요소에 사치스러움까지 더했던 '오렌지족 패션'은 이후 20년 동안 강남 패션을 지배하는 키워드가 되며, 청담동 명품 거리와 압구정동 로데오 거리를 탄생시켰다. 그런데―

강남 패션 페스티벌 속으로

최근 10년 사이 강남 패션에 또 하나의 키워드가 떠오르기 시작했다.
해외 명품을 비롯하여 브랜드 및 보세 의류의 유행 경쟁 속에서 자구책 마련에 고심하던 유학파 패션 디자이너들이 속속들이 신사동 가로수길에 몰려들면서 강남 패션에 새로운 분위기를 가미한 것.


신사동 가로수길에 터를 잡기 시작했던 디자이너 및 스타일리스트들은 유행보다는 '자기 취향대로' 옷을 보여주기 시작했고, 강남의 패셔니스타들과 유명 연예인이 이곳에 관심을 갖게되면서부터 신사동 가로수길은 강남 패션의 메카로 자리잡았는데―

신사동 가로수길은 보여주기 위한 패션을 넘어, 강남 패션을 삶의 오락 중 하나로 탈바꿈시키고 있다. 옷가게에서 미술 전시회를 열고, 음식점과 옷가게가 결합하며, 주점에서 액세서리를 판매하는 형태는 신사동 가로수길의 독특한 면모 중 하나다.


그리고 최근 10년 사이 강남의 이같은 변화를 고스란히 흡수한 축제가 바로
"강남 패션 페스티벌"이다.

강남 여자의 패션 키워드
올해 4회를 맞이한 이 축제는 10월 15일 금요일 저녁, 코엑스 피아노 분수광장 특설무대에서 다양한 패션쇼를 선보이며 개막식을 가졌는데― 특히 그 중에서도 '트렌드 컬렉션'은 지금 바로 유행하는 강남 패션 스타일을 집약적으로 보여줬다.

유럽 여자의 패션이 분위기를 중시하고, 뉴욕 여자의 패션이 컬러와 아이템의 믹스매치를 중시한다면, 오늘날 강남 여자 패션의 키워드는 무엇일까?
<2010 강남 패션 페스티벌-트렌드 컬렉션>에서 이를 한번 엿보도록 하자.



얼마 전 큰 화제를 불러온 '김민정의 하의 실종 패션'은 강남 패션 페스티벌에서도 그 진가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트렌드 컬렉션>이라는 타이틀에서도 알 수 있듯, 현재 가장 인기있는 스타일을 선보인 자리에서도 '하의 실종 패션'은 단연 이목을 집중시켰다.


남성적 매력과 여성적 곡선을 결합한 검정색 재킷은 외투 역할만 하는 것이 아니라 스커트 역할도 대신한다. 마치 재킷 하나만 걸친 듯한 느낌을 줌으로써 미니멀리즘 룩을 완성한 셈이다. '각을 형성하며 떨어지는 재킷의 옷깃 라인'과 레이스업 앵클 부츠는 활동적인 이미지를 높여준다는 점에서 균형있는 선택이었다.


반짝반짝 빛나는 뾰족 구두 '스틸레토 펌프스 구두'와 셔츠 위에 덧입은 롱 카디건은 '딱 김민정의 하의 실종 패션'과 맞아떨어지는 룩.

차이점이 있다면 카디건 위에 남성적 느낌의 재킷을 걸쳤다는 점과 카디건 아래로 셔츠의 밑단을 살짝 노출하여 '하의 실종 패션'임을 좀더 강조했다는 것. 물론 일상 생활에서 시도할 땐 짧은 바지를 몰래 숨겨두거나 레깅스를 입어야 움직임이 편할 듯.


정리하자면―
재킷 하나로 맵시를 완성하고자 할 땐 워커나 앵클부츠를, 롱 카디건을 치마처럼 입고 싶다면 앞코가 뾰족한 '빤짝이는' 스틸레토 힐을 신고, 시선이 부담스러울 땐 레깅스를 입으면 된다는 것이 강남 패션 페스티벌에서 선보인 '하의 실종 패션'의 메시지였다.



어제 날씨가 꽤 추웠다. 저녁 7시 이후 야외에서 쇼가 진행된 관계로 결국 인근 매장에서 머플러를 하나 구입했는데, 눈마저 시리게 했던 강남 여자의 또다른 패션은 바로―


상의는 최대한 '따숩게', 하의는 보는 이의 눈을 '시리게'하는 것.


키가 작다면 길이가 짧되 보온력이 우수한 외투를, 키가 크다면 쇼츠 밑단 길이나 혹은 그보다 더 긴 외투를 입으면 감각적이다. 사실 이런 옷 맵시는 이미 수년동안 사랑받아온 스타일이므로, 트렌디한 감각을 더하고 싶다면 대유행 중인 워커를 매치해야 한다는 걸 런웨이는 말해주고 있다.


가을철 쇼츠 룩이 너무 뻔하다고 생각된다면, 스타일에 복고풍을 덧입어도 좋을 듯하다. 청색의 하이웨이스트 쇼츠, 핑크색 펌프스 구두, 무늬가 들어간 재킷으로 코디하되 이 경우 '벨트는 매지 않도록' 주문하고 있다.

살짝 늘어진 듯한 셔츠와 반바지의 만남, 다소 복고적인 컬러 매치가 의도적인 스타일링이 아니라는 걸 은근히 알려주기 위해서.^^.



레오파드 무늬 패션 아이템은 매년,
날씨가 추울 때마다 트렌드로 급부상하지만 어떻게 입느냐에 따라 느낌은 달라진다.


스카프나 구두로 포인트를 주기도 하지만, 강남 여자는 과감하다.
어차피 포인트로 삼을 호피 무늬라면 아예 전면에 내세우는 길을 선택하는 것이다. 눈길을 확 잡아끄는 호피 무늬 레깅스나 무게감이 느껴지는 호피 무늬 코트는 자신감이 넘치며, 자기 관리에 투철한 '강남 여자의 이미지'를 표현하기에 안성맞춤이다.

루즈한 상의에 레오파드 프린트 레깅스를 매치하거나, 호피 무늬 코트와 워커를 조합하여 2010년식 파워 우먼의 결정체를 보여주고 있지만 이 룩에 숨어있는 코드는 '자신만의 당당함'인 듯.


라펠이 넓은 외투나 모피 베스트, 캐멀 컬러 재킷 등은 강남만의 전유물은 아니다.
또한 앞서 제시한 키워드 역시 마찬가지.
결국은 어떤 자세로 옷을 입느냐가 중요한데―

강남 여자, 그리고 페스티벌
여유롭지만 도도하며, 차갑지만 사람을 그리워하고, 조화를 꿈꾸지만 그 속에서 자기 정체성 또한 잃지 않는 것. 그리고 가치를 찾아 헤매기보다는 스스로 가치를 만들어내는 것. 더불어 어떤 상황에서도 스타일을 잃지 않는 것.

이것이 바로 오늘날 강남 여자로 대변되는 '여성 패션의 진정한 핫 키워드'가 아닐까?
각각의 패션 아이템들과 스타일링 방법은 이를 표현하는 도구에 불과하다.

'신사동 가로수길의 패션 숍'들이 최근 10년 사이 강남 패션을 비롯하여 우리나라 패션계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게 된 것 역시 바로 이런 점 때문이라 생각한다.

비록 지금은 초창기 모습과 달리 좀더 화려해지고 부산스러워진 점도 있지만, 가로수길 사이사이 골목은 디자이너 고유의 정체성을 표현하고 이에 공감하는 패션 피플들의 문화적 가치관이 여전히 곳곳에 숨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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